코성형의 역사 · 원문
코성형의 역사 ⑪ — 우리는 왜 코를 고치게 되었나
코원성형외과
코성형의 역사 ⑪— 우리는 왜 코를 고치게 되었나
이 연재에서 가장 쓰기 어려운 편입니다. 제가 그 안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인구 대비 성형수술이 많은 나라로 자주 거론됩니다. 그중에서도 코는 눈과 함께 가장 흔한 수술입니다.
이 사실을 두고 흔히 두 가지 설명이 오갑니다. 하나는 "한국 의사들의 기술이 뛰어나서"이고, 다른 하나는 "외모지상주의 때문에"입니다.
저는 둘 다 절반씩만 맞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결과였지 원인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코성형 술기가 정교해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먼저 있어서 수요가 생긴 게 아닙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수술이 많아지면 술자의 경험이 쌓이고, 어려운 증례가 모이고, 그것을 다루는 기법이 정교해집니다.
재수술이 많아지면 재수술 술기가 발달합니다. 한국 코성형의 기술적 축적은 상당 부분 수요의 결과물입니다.
그러니 "기술이 좋아서 많이 한다"는 설명은 인과를 뒤집은 것에 가깝습니다. 질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코를 고치려 했는가.
얼굴이 자원이 된 사회
여기서부터는 아마도, 의학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입니다.
한국은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성장한 사회입니다. 세대 간 격차가 크고, 개인이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강했고, 동시에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그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쓸 수 있는 자원을 모두 동원합니다. 학력, 자격증, 어학 점수. 그리고 외모도 그 목록에 들어갔습니다.
오랫동안 이력서에 사진을 붙였습니다. 면접에서 인상이 언급됐습니다.
서비스직 채용에서 용모가 조건으로 적히기도 했습니다. 외모가 취향이 아니라 조건으로 취급된 시기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성형은 허영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이 됩니다. 실제로 상담에서 이런 말을 듣습니다.
"저는 머 그냥 괜찮아보이는것같은데,,,,,주변에서 자꾸 어떻게어떻게 보인다는 말을 들어서요."
이 말을 개인의 욕망으로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런 말을 자주 듣는 입장에서, 결코 그렇게 들리지 않습니다.
7편의 이야기가 여기서 반복됩니다
7편에서 자크 조셉 이야기를 했습니다.
20세기 초 베를린에서 코 모양이 유대인을 식별하는 표식으로 취급됐고, 그 시선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던진 질문이 있습니다. 바뀌어야 했던 건 코였을까, 시선이었을까.
100년 뒤 한국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됩니다. 낙인의 내용은 달라졌지만 구조는 같습니다.
사회가 특정 외모에 의미를 부여하고, 개인이 그 의미를 감당하고, 의학이 그것을 해결해줍니다.
여기서 정직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그 틀안에서, 가장 최전선상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시선을 견디기 어려운 사람의 코를 수술해 생계를 유지합니다. 이 모순을 어찌하겠다 말할 생각은 없어요.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다만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모든 사람에게 수술이 답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 상담에서 수술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말합니다.
이건 대단한 신념이라기보다, 그 말을 못 하는 의사가 되면 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꿀 수 있다고 하지 않는 것. 코를 고쳐도 인생이 바뀌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수술로 해결되는 건 코까지입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고 오신 분에게는 그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셋째,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을 권하는 것. 앞 편들에서 반복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코성형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말은 저는 그다지 달갑지는 않습니다. 그 문장은 왜 그렇게 됐는지를 묻지 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축적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동시에 그 축적의 밑에는 얼굴 때문에 힘들었던 수많은 사람의 시간이 깔려 있을것입니다.
수슈루타가 코를 되돌려준 이유도, 조셉이 수술을 하며 심리적 효과를 이야기한 이유도, 결국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사람은 얼굴로 세상 앞에 섭니다. 그게 부당한 일이더라도, 당장 그 앞에 선 사람에게는 현실입니다.
의사가 할 수 있는 건 그 현실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일 정도일 겁니다.
Gilman SL. Making the Body Beautiful.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9.
(이하 생략)
본 글은 위 문헌을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일부 역사적 서술은 자료에 따라 연대·세부가 다를 수 있고, 한계가 있어, 본문에 그 점을 함께 밝힙니다.
